영화 '500일의 썸머' 리뷰_ 그녀에 대하여
오늘은 로맨스 영화, 하면 빠지지 않고 늘 등장하는 영화, 500일의 썸머를 들고 왔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얼핏 보면 나쁜 썸머에게 크게 데인 탐이 이별을 극복해내가는 영화인 것 처럼 볼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과연 정말로 썸머만 나빴고 탐은 피해자이기만 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과연 썸머는 어떤 사람이었고, 탐은 피해자이기만 한가?'에 대한 주제를 바탕으로 감상평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가치관의 격돌
탐 (조셉고든레빗)은 운명을 믿는 낭만주의자입니다. 운명적 사랑은 있으며, 자신에게도 언젠가 그런 사랑이 올 것이라도 굳게 믿고 있죠. 그래서 그는 썸머를 보는 순간, 그녀가 어쩌면 나의 운명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굉장히 수동적입니다. 탐이 수동적인 캐릭터라는 걸 굉장히 잘 드러낸 대사가 있는데요.
난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줬어.
탐의 친구가 썸머랑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었을 때 탐의 대답입니다. 탐은 자신이 썸머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줬지만, 그럴 때마다 썸머가 다가오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찾아가는 것은 운명이 아니기 때문이죠. 운명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믿는 유형입니다.
반면에 썸머(주이 디샤넬)는 탐과 달리 운명과 사랑을 믿지 않습니다. 자신의 긴 머리(사랑의 대상)를 가장 좋아하는 그녀이지만, 언제든 자를 수 있다는 것(이별) 역시 잘 알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부질없다고 생각하며, 어딘가에 얽매여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썸머는 탐과의 애매한 관계를 시작할 때도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을 분명히 전하죠.
난 진지한 무언가는 할 수 없어
썸머의 이 같은 말에 탐은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Casual한 관계도 좋다고 대답합니다. 이때부터 이들의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지죠. 둘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링고 스타
탐과 썸머가 닮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링고스타'입니다. 탐과 썸머의 레코드 가게에서의 데이트 장면을 살펴보죠.
탐 "Nobody likes Ringo Star (누구도 링고스타를 좋아하지 않아)"
썸머 "So I like him (그래서 좋아하는거야)"
썸머는 링고스타를 좋아하지만, 탐은 대체 누가 링고스타를 좋아하냐며 비꼽니다. 연애 초반을 보여주며 그냥 넘어가는 이야기같지만, 연애 후반부로 가면 끝까지 탐은 썸머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요소로 나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썸머에게 링코스타 레코드를 보여주는데요. 이는 링고스타 레코드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그런데 왜링고스타 레코드로 어떻게 기분을 풀겠다는 걸까요? 탐에게 링고스타란,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썸머에게도 링고스타가 단순한 웃음 거리 였을까요?
운명

썸머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고 앞에서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영화 말미에서는 탐과 우연히 만난 벤치에서 그녀는 운명과 사랑을 믿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왜 갑자기 이런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는 영화가 탐의 시각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썸머의 대사로 예상해보면 상대방이 먼저 다가왔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탐이 썸머가 먼저 다가오길 기다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썸머는 벤치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는 너가 주지 못한 확신을 준 사람이야.
탐은 썸머가 자신은 운명을 믿지 않으며, 관계에 labeling하기 싫다고 이야기한 이후로 철저히 그것에 맞추어 줍니다. 자칫하다간 그녀와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물론 탐이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썸머가 운명과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원인이 자기 부모님의 이혼(영원한 사랑은 없다.)이었던 만큼,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췄다면 썸머와 탐의 관계는 사뭇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썸머와 탐은 어떻게 보면, 서로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생각과 달리 둘의 사이가 잘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죠.
새로운 시작

영화 마지막, Summer와 알게 된지 500일째 되는 날에 탐은 새로운 여인 Autumn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탐이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자, 500일은 다시 1일로 돌아갑니다.
500일의 썸머는 500일간 운명을 원하면서도 다가갈 줄 몰랐던 탐이 연애에 있어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Summer라는 여인과의 만남을 통해 보여준 것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탐의 연애가 이번에는 순탄하길 바라며, 영화 500일의 썸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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