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는 책

[서평]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_낭만의 함정

LIama 2019. 1. 7. 11:30

[서평]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_낭만의 함정


본 서평은 책에 대한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읽기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낭만적 사랑은 우리가 항상 꿈꿔 마지않는 운명적 무언가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도 낭만적 연애 후 결혼을 항상 동경하고 있으며, 이 책을 읽은 뒤에도 낭만적 연애를 하고 싶다는 그런 바람을 차마 놓을 수가 없다. 그만큼 사회로부터 주입 받은 이 위험한(?) 이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연인과 이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왜 낭만적 연애에 대한 환상이 우리를 이별하게 만드는지, 이 책을 통해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읽어보자.


낭만적 사랑의 함정

진실한 사랑에서는 말로 설명하거나 글로 쓰느라 수고할 필요가 없으며,
두 사람이 하나가 되면 (마침내) 둘 다 세계를 완전히 같은 눈으로 보는 
경이로운 상호 감정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 본문 中


대체로 (필자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사랑의 여러 종류 중 제일은 '낭만적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연애가 낭만적이기를 꿈꾼다. 즉, 연애를 하면서 나의 연인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금방 이 사람은 나의 '운명의 짝'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버린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현대인의 사랑관에 의문을 던진다.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하여 결혼으로 끝을 맺는 현대의 낭만적 사랑이 정말 사랑의 가장 완성된 모습일까?


낭만적 사랑은 언제부터 사랑의 끝판왕(?)이 되었을까.


낭만적 사랑에 대한 본격적 논의 전에 우리는 결혼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랑을 통한 결혼이 주류 이데올로기가 된건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낭만적 사랑이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기 전,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을 의미하는 경우가 컸으며 경제적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 낭만주의가 태동하면서 점차 주류 이데올로기로서 낭만적 사랑이 그 위치를 선점하고,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확대 재생산 되며 우리의 사고에 뿌리 내리게 되었다. 일례로 지금 가장 잘나가는 드라마 대부분은 남녀 간의 사랑을 꼭 주요 주제로 삼고 있으며 대체로 남녀는 이루어질 수 없는 다양한 역경 안에서도 끝끝내 사랑을 이루어내고야 만다. -드라마 '남자친구'가 가장 대표적인 낭만적 사랑에 대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니 그럼, 낭만적 사랑은 나쁜가? 아니다. 단지 '낭만'이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 그 뒤에 숨겨진 함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단적으로 낭만적 사랑의 한계는 본문에서 나온 '진실한 사랑'에 대한 구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 그런 상대여야만 나의 짝일 것이라는 어떠한 '환상'. 그 사람을 보았던 처음 그 순간 느껴진 '아 이 사람이구나'라는 강렬한 끌림이 앞으로의 연애에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꿈'. 그것이 바로 낭만적 사랑의 함정이자, 우리의 사랑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한계이다.



낭만적 사랑의 함정을 극복하는 법


낭만주의 결혼관은 '제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중략)
'제짝'의 진정한 표지는 완벽한 상보성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조화는 사랑의 성과물이지 전제 조건이 아니다. 
— 본문 中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열정과 기술은 무엇일까. 열정은 우리가 흔히 아는 관계를 시작하게 만드는 처음의 열렬한 감정이다. 우리가 만난 사람이 바로 '그'사람 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찾아오는 심장의 떨림. 우리가 낭만적 사랑을 갈망하게 만드는 그 느낌이다. 


심리학에서는 열정을 최대 3년 간 지속된다고 보고 있다. 열정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보고 손을 잡고 입을 맞추었을 때, 심장이 두근거려서 터질 것 같은 초반의 마음이라고 보면 된다. 공지사항 글을 쓸 때도 적었었는데, 인간의 감정은 늘 0에 수렴한다 +도 -도 장기적이 될 경우 인간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의 감정도 결국은 0으로 수렴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3년 뒤에 열정이 0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반과 같이 불타오르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일 뿐!


그렇기 때문에 처음은 열정으로 관계를 시작했더라도 그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관계라는 말도 안되는 관념에서 벗어나, 실제로 우리가 연인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정신적, 심적, 육체적 노력을 해야 한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것이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즉, 노력해봐야 뭐하냐 어차피 사람은 안 변한다. 라는 것인데, 일견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놓아버릴 때는 놓아버리더라도 나의 연인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해보려고 노력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부분을 끊임없이 말한다.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의 부분에 대해 그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고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거나,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누군 하나만 한다면 당연히 그 연애는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연애가 낭만적이지 않다고 해서 놓아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위한 완벽한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마냥 낭만 만을 바라고 있는단 말인가.

Happily ever after

Image result for 낭만적 연애와 그후의 일상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하여 결혼으로 끝을 맺는, 'Happily ever after'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굳이 결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연애를 하면서도 우리는 숱한 이별의 위기를 맞이한다. 이 책이 이야기 하는 것은 그 이별의 위기에서 무조건 감내하고 이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나와 맞지 않고 우리의 첫 열정이 다 사라졌다고 하여, 나의 '짝'이 아닐 것이라는 비합리적 사고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저서를 읽으며, 과거 필자가 숱하게 지나쳐온 연인들을 떠올려 보았다. 모두 내가 내 '짝'이 아니었다며 헤어진 사람들 중에 '낭만적 사랑'의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헤어진 사람은 없었을까. 결국은, 모든 이별의 원인은 그것에 있지 않았는지, 나 스스로도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더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필자처럼 숱한 연애 실패로 괴로워하는 이들, 혹은 연애가 갑자기 권태로워 졌을 때,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모든 연애고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