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졸업' 속에서 본 억압과 자유의 갈등
본 글은 영화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고전 영화들 중 명작을 말해보자. 라고 하면 대부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영화가 바로 '졸업'이다.
졸업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1967년 작품으로, 1969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인데, 그만큼 당시 사회에 상존한
억압의 당면을 '벤자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굉장히 잘 표현해냈다.
당시 미국을 이해하는 것이 영화를 읽어나가는 데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간단히 설명하자면, 당시의 미국은 현재와 달리 굉장히 여성들이 억압된 백인 남성 위주의 사회였다.
남성 위주이기 때문에 남성에게만 이로운 사회였다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사회로부터 주어진 인생 과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강요받았고 여성은 전업주부라는 신비(?)로운 환상들로 정의되었다.
이 영화는 기대라는 억압 속에서 자신의 의지 없이 살아온 막 졸업하고 세상에 나온 청년 '벤자민'이 그런 사회로부터의 일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명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벤자민은 그동안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그는 수족관에서 주는 밥만 받아먹다가 갑자기 바다에 풀어진 물고기처럼,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그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그저 빨리 자신들이 훌륭하게 만들어 놓은 작품을 주변 이들에게 전시하고 싶어한다. 그의 주변인들 역시 그에게 미래와 업적에 대해서 질문하며, 끊임없이 그를 압박한다.
자신의 상황에 점점 지쳐가는 그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일탈의 기회가 온다. 바로 부모님의 친구인 '로빈슨' 부인으로부터의 유혹이다. 그는 처음으로 행하는 일탈에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 선택한 일에 대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속적인 관계는 허무와 회의만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사람이 로빈슨 부인의 딸 '일레인'이다.
이 중간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본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마지막 신을 이야기해보자. 일레인은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 -일레인의 상황 역시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팔려가듯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받고 있으니- 벤자민은 어떻게 해서든 일레인을 데려오고자 하고 결국 결혼식장에서 일레인을 데리고 나오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한 버스 안에서 그들은 억압으로부터 탈출한 자유를 만끽하며 웃다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마지막엔 완전히 표정을 잃는다.
새장 안에 갇혀있던 청춘은 새장 문을 열고 탈출했지만, 나는 법을 잊어버린 그들은 땅으로 추락할 것인가. 하늘로 비상할 것인가.
이 영화는 너무 현실적이다. 불안한 청춘, 억압으로부터의 일탈과 자유에 대한 소망. 하지만 주어진 자유에도 끝끝내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사회와 개인의 유기성이 이 영화에 굉장히 잘 담겨져 있다. 이 이야기는 비단 1960년대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소확행' 'YOLO' 등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가 개인이 받는 사회로부터의 억압과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고자 하는 개인들의 몸부림 때문 아니겠는가. 실제로 내 작년 모토가 'YOLO' 였다.
이 영화는 7년 전,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삐약삐약 하던 시절에 처음 접했다. 그 당시에 졸업은 나에게 까마득하고 왠지 모든게 잘 될 것만 같았으며, 나는 졸업할 때쯤 내가 무엇을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모하게 사회로부터 탈출한 이들이 앞으로 불행할 것이라고 감히 단언했다. 하지만 지금, 졸업을 해서 취업을 하고 직딩 3년 차가 된 이 때까지도 난 끊임없이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있고 무엇을 하는 것이 내가 정말로 원하는 바인지 잘 모르고 있다.
이 사회가 강요하는 요건들 (학벌, 결혼, 집안 등등)에서 자유롭기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주는 대로 받아먹다가 체할 것인가? 한번 쯤은 벤자민과 일레인처럼 사회가 강요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하여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날 수 있는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들의 인생이 비록 순탄치는 않더라도 지금의 나는 벤자민과 일레인의 삶이 마냥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용감하게 뛰어내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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