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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 사실과 허구의 경계 (해석/스포)

LIama 2019. 10. 14. 21:54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조커 해석을 위해 돌아온 라마입니다.

 

 

정말 많은 해석글과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가 생각하는 해석으로 해석해주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어 오랜만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이번 영화 논란도 많고 해석의 여지도 많고 감독의 원대로 아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정말 많은 해석본을 봤지만 진짜 이거다 싶은 해석은 없더군요.. 나름 3번 본 이력(?)을 바탕으로 가감없이 뇌피셜을 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VS 망상

 

 

 

일단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중에 하나는, 이 영화 전체가 조커의 Joke냐 아니면 정말 조커의 기원이냐 인데요. 감독이 말한 것처럼 작 중 화자(아서)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오로지 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이웃에 대한 관심과 예의' 등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이 모든게 거짓이어서는 안되겠죠. 그럼 결국 미친놈이 자기 혼자 망상하는 이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니까요. 따라서 저는 이 이야기가 '사실'에 입각했다는 가정 하에 분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망상의 특징

 

 

 

이 영화에서 나오는 망상의 특징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크게 감독이 대놓고 보여준 3개의 망상씬이 나옵니다.

 

첫번째는 머레이 프랭클린 쇼에 나와 모든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머레이에게 인정받는 순간

두번째는 이웃 '소피'와의 연애

세번째는 어머니가 아캄에서 경찰에게 진술하는 순간

 

 

 

첫번째와 두번째는 하나의 공통된 망상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바로 아서가 '인정'받는다는 것인데요. 첫 망상에서 아서는 자신의 처지와 인생의 모토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머레이는 '너 같은 아들만 있으면, 난 이 토크쇼도 관객도 필요없다'라며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두번째 망상은 소피를 자신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에 초대하고, 처음에는 웃음 발작으로 인해 제대로 개그도 말하지 못하지만 뭔가 느낌상 점점 잘 하게 되었다는 듯이 이야기가 끝납니다. (pogo's 씬에서는 관객들의 표정은 전혀 나오지 않으며 씬이 끝나기 직전 배경음이 커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성공적으로 쇼를 끝낸 것처럼 말이죠.) 이 다음 장면에서 소피와 아서는 나란히 길을 걷다가 가판대에서 킬러클라운의 뉴스기사를 보고, 소피는 킬러 클라운은 영웅이라며 아서의 행위를 인정해주죠. 두번째 망상은 자신의 코미디언으로서의 능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과 살인에 대한 인정 모두가 드러납니다.

 

세번째는 살짝 다릅니다. 사실 망상이라기보다는 상상에 가까운데요. 아서가 어머니의 서류를 보고 사실에 입각해 상상을 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게 상상인 이유는 아서가 젊은 어머니가 심문받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죠. 이때 어머니가 입고 있는 옷 역시 흰색이고 심문받는 장소(아마도 아캄 정신병원)가 굉장히 하얗다는 점을 일단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합니다. 이후 망상과 실제를 구분하는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저는 한가지 가정을 하게 됩니다. 조커가 망상하는 장면에서 조커는 상상같은 세번째 신을 제외하고 인정받고 환호받고 있다. 였죠.

그걸 가지고 영화를 보니 네번째 망상으로 추측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찰차를 타고 가다가 앰뷸런스에 의해 전복되고, 조커가 경찰차 위에서 추종자들에게 둘러쌓여 환호받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망상인 것이 더 자연스러운 부분입니다. 추종자는 조커가 탄 경찰차를 어떻게 알고 전복시켰으며 (그랬다가 죽으면 어떡할라고) , 피 몇번 토하고 일어나 춤추는 조커의 불사신적 면모와,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 이 장면은 사실 계단씬 만한 영화의 클라이막스이고 저 역시 그 장면을 보고 굉장히 소름 돋았었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말이 안되는건 말이 안되는 거죠.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조커를 추종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광대 가면을 쓴 이유는 사실 토마스 웨인이 일부 시민에 대고 너네도 다 광대 같은 놈들이야. 라고 하는 바람에 촉발되었다고 봐야합니다.

 

 

 

그렇게 자동차 장면이 망상이라고 가정한다면, 조커는 그대로 경찰차에 연행되어 다시 아캄 정신병원에 수감되게 되었다는게 그다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장면이 망상이라고 해서 조커가 순순히 아캄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커는 어느정도 현실을 기반으로 망상을 하는 편이니, 경찰차를 탈출하는 장면이 일정정도 자동차 사고에 의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 추종자의 환호를 받으며 탈출한 것은 아닐 수 있죠. 오히려 해당 장면은 부모를 잃고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쓸쓸히 울고 있는 브루스와, 사람을 죽이고도 추종자들에 둘러쌓여 환호받는 자신을 극명하게 대조시키기 위한 망상적 장치적 장치처럼 보입니다. 부모 모두를 잃은 브루스의 비극이 멀리서 본 그에게는 그냥 희극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네번째 망상은 100% 제 추측인 만큼 사실일 수 있도 있습니다.)

 

 

엔딩의 의미

 

 

맨 마지막에 나온 정신병원 신으로 인해 해석이 한층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왜 아서의 머리색이 원래대로 돌아왔지?', '왜 탈출했는데 병원에 있지?', '사람을 죽이고도 정신병원에 수감되는게 맞나?', '아무 무기도 없는데 어떻게 상담사를 죽이고 나온거지?', '어떻게 연쇄 살인마가 상담을 받는데 지켜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 등등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또 다시 의문이 들어야 겠죠. 이 장면이 망상인지, 혹은 그 어떤 것인지. 저는 아서의 세번째 상상 + 현실의 아캄 정신병원을 비교하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실제 아캄병원

 

마지막 장면 속 아캄병원

 

'실제 아캄병원은 저렇게 더러운데, 왜 중간중간 하얗고 깨끗한 아캄이 나오는 걸까...?'

 

가장 먼저 나온 아캄에 대한 상상은 초반에 아서가 심리 상담을 받던 도중, 정신병원에서 왜 들어갔는지 기억하냐는 말에 기억이 안난다고 하며 잠시 플래시백으로 새하얀 옷을 입고 새하얀 '보호감찰실'에서 문을 머리로 박고 있는 아서의 뒷모습에서 처음 나옵니다. 그때 당시의 시간이 11:11분, 실제 상담을 받는 시간 역시 11:11분이었죠. 많은 분들은 이걸보고 이거 걍 다 같은 시간에 하는 망상 아니야? 라고 하셨는데, 저는 저게 조커가 있는 아서의 정신 속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둘이 왜 같은 시간에 있는지 정확히 설명이 됩니다. 아서와 조커는 같은 시간에 존재하고 있는 두개의 인격이기 때문이죠. 11:11분 마침 시간과 분이 똑같네요. 결국 아서와 조커는 하나의 인물이라는 걸까요? 

 

 

영화 속에서 조커가 진심으로 웃은 장면 (감독피셜)

 

아서는 상담사와의 대화 중에, 정신병원이 차라리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정신병자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일반 사람들은 그들이 정상인처럼 행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라고 쓴 아서의 일기장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aka. 정신병원에 있으면 적어도 정상인인척 할 필요는 없다는거죠. 그리고 아서라는 인격은 사실 정상인인척 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에 가깝습니다. 그 부작용이 발작적 웃음이구요. 그렇다면 조커로서의 인격은 어디에 있을까요? 전 그 인격이 아서의 머릿속 하얀 아캄에 들어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보호감찰실에 갇혀 머리만 박고 있죠. 조커의 인격은 정상이 아니니 가둬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장소가 하얀 아캄인 것은 그곳은 정상인이 아닌 곳이 편히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니, 정상이 아닌 인격을 가둬두기에 최적의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의 답답함이 드디어 해소됩니다. 저 모든 의문은 이 가정이 사실이면 깨끗하게 해소되죠. 조커의 머리색이 그대로인 것, 아무도 그를 지켜보지 않는 것, 살인을 했음에도 단순히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것. 그는 실제 아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커가 정신적으로 해방되는 장면이죠. 조커의 인격이 기존 인격에 의한 여전한 방해 (아직 채워져 있는 수갑, 조커를 뒤쫓는 간호사) 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신적 보호감찰에서 벗어났다.는 엔딩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망상이든 실제든 자동차 장면 이후로 조커가 여유롭게 아캄을 벗어나는 모습은 현실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조커가 되었다는 꽤 멋진 은유가 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느끼셨겠지만, 조커가 있는 곳은 늘 햇빛이 함께 합니다. 어두운 골목, 어두운 계단을 오르는 일은 '아서'가 하지만 밝은 햇살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조커'일 때에야 가능하죠. 이런 여러가지 시네마토그라피적 특성을 종합해봤을 때, 마지막 장면은 아서의 인격이 조커로 대체되는 순간으로 해석됩니다. 

 

제가 생각한 바를 다 써내려가다 보니 글이 꽤 길어졌네요. 물론 정신병원이 굉장히 큰 만큼, 범인이 수감되는 곳은 저렇게 인테리어가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으나.. 굳이.. 범인들을 수감하는 곳만 저렇게 유독 하얗게 만들어 둘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튼 이 역시 제 나름의 해석일 뿐이고, 다른 해석들 역시 일견 타당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함께 해석해보면 좋을 부분과 주목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장면들이 있는데요. 그 부분은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다른 의견, 아니면 제가 해석은 이렇게 했지만 놓친 장면들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