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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 돌아갈 용기

LIama 2020. 5. 17. 08:17

날씨 좋은 어느 날 잉글리쉬 베이

캐나다에 오고나서 이제 2달이 조금 지난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결정했다. 돌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계획했던 모든 플랜을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점과, 한국에서의 취업이 결정되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던 만큼, 돌아갈 결정을 하는 데에도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어제 비행기 티켓을 12월에서 다음주로 옮기기 직전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 어제는 날이 유독 좋았고, 해변가에 많은 캐나다인들이 나와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 역시 남는게 좋을까' 했지만, 동시에 나는 이곳에 여행객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라는 점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게 했다. 

 

이제는 가야할 때

결국 과거에 캐나다에 있으면서 내가 그동안 마냥 행복했던 이유는 돌아갈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곳에서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한국보다 몇 배 더 고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서 이곳으로 왔는데, 이곳에서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이 나에게 더 큰 힘듦으로 찾아왔다. 게다가 이곳에서 예전에 내가 살았던 만큼의 일을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차라리 일을 한번도 안 해본 상태에서 왔다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잡을 구해봤을 텐데, 어줍잖게 일을 해보고 들어오니 안하려고 해도 비교가 된다.)

 

그래도 이곳에 있는 2달이라는 시간동안, 나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앞으로를 그려나가고 싶은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천은 못했었던 머신러닝/딥러닝 공부도 원없이 했다. (물론 갈길이 멀다.) 역시 인생에 한번 쯤은 브레이크 타임이 필요한데, 딱 모두가 멈춘 이 시점에 잘 쉬었다가 가는 것 같다. 만약 캐나다가 예전과 같았다면 아마 그냥 뭣 모르고 계속 놀면서 지냈을지도...ㅋㅋ

 

봄철 미세먼지 어택에서 벗어나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매일 낮에 산책 나가던 이 일과가 한국에 가면 분명 그립겠지. 남은 1주일동안 후회 안 남게 더더 열심히 만끽하고 와야겠다. 아직 남아 있는 많은 워홀러분들과 나의 룸메, 그리고 앞으로 이곳에 올 모든 워홀러들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오길 바라본다.